망각의 은혜
◎찬송가 320장 – 나의 죄를 정케 하사
◎이사야 44:22
내가 네 허물을 빽빽한 구름 같이, 네 죄를 안개 같이 없이하였으니 너는 내게로 돌아오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음이니라(22)
나이가 들면 누구나 자꾸 잊어버립니다. 깜박깜박해서 힘들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다 기억하며 사는 것이 행복의 조건은 아닙니다. [망각의
즐거움]이라는 책에 솔로몬 셰르셉스키라는 러시아 출신의 기자가 등장합니다. 그는 ‘미스터 메모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비상한 기억력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말년에 5분 전에 들은 이야기와 5년 전에 들은 이야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는 너무나도 간절히 자신의 기억이 망각되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책의 저자는 “쌓아 둔 물건은 쓰레기가 되듯이 쌓아
둔 생각들도 부패하며 독소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적절하게
잊고 살아야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이처럼 잊히지 않는 것은 때로 고통이 됩니다. 컴퓨터와 같은 기억 장치가 발달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내 삶의 기록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잊었는데 세상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세상의 기억이나 내 기억이 아닌 ‘하나님의 기억’입니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설 때 내가 행한 일, 말한 것들로 인해 정죄받을 것이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내 인생의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기억 속에 증거 영상처럼 남아 있다면 아무도 하나님 앞에서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이기에 그 누구도 공의로운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택하신 구원의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망각’입니다. 하나님이 스스로 정죄의 증거들을 없애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망각의 방식을 잘 표현한 말씀이 오늘 본문 앞장에 있습니다. “나
곧 나는 나를 위하여 네 허물을 도말하는 자니 네 죄를 기억하지 아니하리라(사43:25).” 엎질러진 물처럼, 우리 힘으로는 돌이킬 수 없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죄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죄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셨습니다. 피 흘림 없이는 죄사함도 없는 하나님의 공의를 이루기 위해 그리스도가 우리 대신 피를 흘리셨습니다.
하나님의
망각 때문에 우리가 구원과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런 망각이 은혜를 의지하여 한 해를 돌아보고 서로 용서하며
감사하는 연말을 보내기를 축복합니다.
나는 망각의 은혜를 나누고
있습니까?
우리의
죄와 허물을 기억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그 은혜는 잊어버린 채 서로의 잘못을 기억하며 정죄하기 바쁜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사랑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음성에 순종하여 서로를 용서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